단식일기_셋째날과 넷째날

2008년 1월 2일 | 녹색단식

12월 30일 셋째날

오후에는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고 내내 누워 있엇다.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혼자 있고 싶어졌고 좀 피곤했다. 그러고 나니 저녁에는 한결기운이 났다. 거울을 보니 눈동자 색깔이 더 검어진 것 같다.

첫날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산야초 효소는 속이 메슥거리는 이후로는 냄새도 맡기가 싫어졌다.

쉬는 방에서 작년 참석했던 한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위장이 놀라보게 좋아졌다고 했다. 전에는 우유를 먹으면 바로 설사를 했는데 이젠 아침에 빈속에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다른 참석자들도 자신이 평소 좋지 않던 부위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속이 메슥거리는 건 장이 않좋은 경우라고 한다. 피가 돌아다니면서 지금 안좋은 부위에 죽은 세포들을 분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평소 장이 심하게 않좋은 사람은 장이 심하게 않좋은 것 같다. 기운이 없으신 분들도 있고….

오늘도 뒷관장을 했는데 대부분 물이었다.

12월 31일 넷째날

공동숙소가 추워서 따뜻한 방에서 자고 났더니 몸의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다.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오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골고루 지쳐있다.
효소를 먹지 않는 대신 꿀물을 마셨다. 연한 꿀물인데도 단맛이 좀 부담스러웠다.
이틀 동안은 뒤로 하는 관장을 했으니 오늘은 마시는 관장으로 위장부터 쓸어 내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시는 관장을 다시 시도 했다. 레몬수의 양을 늘리고 좀 짜게 탓다. 1.5리터에 정말 짜다 싶을 정도로 소금을 타서 10분 안에 마셨다. 그러고 30분쯤 있자니 뱃속에서 폭동이 일어나더니 무려 5번이나 화장실에 갔다.

이제 내일이면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봐서 난 위와 장, 그리고 간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의 시간을 견딘 것으로 1년을 살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니 든든하다.
지내는 동안 혼자만의 시간이 많질 않아 그 점은 아쉽다. 호자 산책하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지면 좋겠지만 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무언가 깨달음이 생기겠지.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다.

첫날과 둘째날 잠시 먹는 생각한 이후로는 뭘 먹고 싶다거나 배가고프거나 하질 않는다.
배가 고프다와 허기지다. 기운없다… 이런 말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리고 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여기서는 x잘 보셨어요? 가 인사이다.
아무 생각 없이 때가 되면 먹던 습관, 이렇게 며칠동안 안먹고도 살 수 있었는데 한끼만 굶어도 허겁지겁 먹을 걸 찾았던 게 왜였을까…..

속이 비어서 허전한 만큼 정신도 서서히 비워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