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일기_감식

2008년 1월 2일 | 녹색단식

감식 첫날—————–

아직 본격적인 단식은 아니고
5일의 단식이 있기 전에 3일동안의 감식 시간이 있다.
주최측에서 아침마다 문자를 보내온다
어제는 평소 먹던 양의 절반만 먹으라고 했다.
꼭꼭 씹어서…

크리스마스에 때 맞춘 감식은 불청객이다.
점심에 초밥과 롤을 먹었다.
초밥과 롤을 4등분해서 조각조각으로 먹었다.
한입에 들어가 재료의 맛이 온통 섞인 것과는
다른 맛이 났다.
밥알의 맛과 알의 맛이 따로따로 느껴졌다.
생선이 엊어진 초밥에서는 심하게 비린내가 나서
하나 이상 먹질 못했다.

저녁엔 친구와 들깨 버섯탕을 먹었다.
걸죽하고 담백한 탕은 다 먹고 밥은 거의 남겼다.

찻집에 가서는 녹차라떼의 유혹을 뿌리치고
카모마일차를 마셨다.

집으로 와서는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냉장고에 남아 있던 초코케익 한조각을 먹고 말았다.
그래도 평소 먹던 양의 반만 먹었으니 일단
합격 점수를 주기로 했다.

감식 이틀째————–

평소 식사량의 3/1만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정말 위가 줄어든 느낌이다.
아침에 죽 한사발
점심에 미음 한사발 먹었다

오후에 홍대 앞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발길을 빵집으로 돌려
베이글을 하나 사먹고 말았다.

실제 단식에 들어가면
처음인 사람들은 굶는다는 것에 대해서
몹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도 단식이 두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또 다른 걸 깨달았다.
굶는다는 사실보다 더 두려운건
굶은 상태에서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