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놀이터를 만들어요! (녹색교육센터 육경숙)

2015년 2월 2일 | 녹색소식

자연을 닮은 놀이터를 만들어요!

놀이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녹색교육센터 소장 육경숙

 

녹색교육센터의 놀이터 사업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회공헌사업인 <친환경놀이터 리모델링>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리생활 주변의 놀이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요. 현재 전국에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은 총 6만 2989개로 적지는 않지만, 이중에는 오랜 기간동안 방치된 낙후된 놀이터들이 많습니다. 이 사업은 이렇게 낙후된 놀이터를 리모델링할 때 가급적 여러 가지 요소에서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반영하고, 설치를 하는 기업이나 지자체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주민, 마을 단위에서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 공동체사업입니다.

 

2012년에는 강서구 방화동에 <해님와 바람의 에너지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환경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놀이터에 반영하여 생활에서 시민들이 놀이터를 통해 느낄 수있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모아지지 않는 주민들의 의견과 현재까지는 미성숙한 에너지놀이시설들로 2012년 사업에서는 사업진행에 있어 시행착오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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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소녀-에너지놀이터>

 

그후 2013-2014년 2차 사업을 준비하면서는 남다른 각오를 하게 되었는데요. 초기부터 서울과 경기지역의 우수 놀이터들을 현황조사하며 현재 우리나라 놀이시설들의 수준과 방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조성될 마을의 현황조사를 철저히 하고 인근 주민들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사업대상지인 수원 우만동 주민들과 논의하는 과정에 놀라웠던 점은 주민들이 놀이터(어린이 공원)에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현대사회에서 지역과 마을공동체 의식이 흐려지고 무관심이 팽배하다는 일반적인 생각들과 달리 오히려 열악한 지역에서는 다른 경향이 나올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엇습니다. 또한 주민들중 아이가 다 커버린 분들의 관심은 소극적이었지만,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너무 안전하기만 한 놀이공간보다는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을 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민의견수렴과정을 거치면서 공원내 커다란 플라타너스 두 그루를 모티브로하여 지난해 10월 <아낌없이 주는 나무놀이터>가 드디어 완공되었고 어린이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주민전체가 즐겁게 이용하는 우만1동의 중심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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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아낌없이 주는 나무 놀이터 개장식>

 

놀이터 사업을 진행하며 매우 보람있었던 점은 첫째로 마을에서 놀이터라는 곳이 어린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마을의 중심공간으로서 매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로 놀이터사업은 미래세대 녹색교육사업으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동안 녹색교육은 주로 도시의 아이들을 자연생태공간으로 이동시켜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는 교육으로 발전되어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은 도시생활공간이며 일상속에서 놀이를 통해 사회와 자연의 리듬, 원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곳이 놀이터가 될 수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을 닮은 놀이터를 잘 조성하는 것은 자연속에서 진행하는 생태교육못지않게 중요한 교육효과와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놀이터는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사이에 벌어진 대형사고들로 사회적으로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게되는 분위기속에서 외형적인 안전에 관한 기본 규율 강화가 교육내용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 예로 세월호 참사이후 이전에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이 대형놀이공원으로 획일화 되고 있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세상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러기에 정말 기본이 되는 안전규율은 확실하게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규율로 세상을 둘러친다고 해도 100% 완벽하게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찾고 그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이 뻔하지 않은 야생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발을 디뎌야 하는지, 내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자연입니다. 도시의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생활속 사고들에서 더 크게 다친다고 합니다. 학교과 학원등 실내위주의 생활로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게 때문에 자그마한 사고에도 더 크게 다친다는 겁니다. 또 게임과 스마트폰의 사용 증가로 몸으로 하는 놀이활동이 크게 줄은 것도 원인입니다. 아이들이 야외공간에서 몸으로 친구들과 맘껏 뛰어논다는 것에는 내 몸을 상황에 맞게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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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아이들>

또 아주 크지는 않지만 사소하게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대처하는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린시설 생활속 소소한 사고들을 경험하며 스스로 이후 행동가짐을 배우게 됩니다. 손에 가시가 박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무를 대할 때 조심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소소하게 다치는 경험이 많을수록 어쩌면 다양한 상황속에서의 대처능력이 발달하게되는지도 모릅니다. 물로 소소한 사고들이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야외에서 활동적으로 놀았다는 것이겠지요. 여하튼 사소한 상처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나아가 그러한 소소한 상처들로부터 보호하려는 과잉 안전의식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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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와 소녀>

 

정리하면 그래서 약간은 위험하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지만 도전하고 싶은 자연의 원리를 닮은 놀이터를 만들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미래세대들을 위한 녹색교육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시민안전의식 강화 측면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얼마전 기사에서 어린이 안전사고방지목적으로 놀이터안전검사를 강화하여 형편이 어려운 동네 놀이터들이 문을 닫게 되어 영세주택단지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놀이까지도 빈익빈 부익부가 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녹색교육센터가 할 일이 더욱 많아지는 2015년 입니다!